검은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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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시간의 가장 짧은 단위인 1초는
인간의 머릿속에서 1초동안은 수많은 생각이 흘러간다.
그 수많은 정보들은 보류된 채로 머리속에서 쌓여간다.
아마 내 머릿속에 들어온 죽음의 개념 또한 그랬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죽음이란 개념을 알게 됐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한 그날에 내가 왜 갑자기 죽음이라는 명제를 꺼내 생각을 하게 됐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내가 기억하는것은 어릴적 텅 빈 집에서 남은 가족들이 귀가하기전이였다는 것이다.
그 시간과 공간은 나 혼자만의 작은 세계였다.
나는 부엌에서 라면을 끊여먹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
죽음이라는 심오한 주제에 대해
어린애가 돌린 사고회로가 꽤 논리적이라는 만족감으로 기억이 남았던것 같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적어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적 없으니 이건 확실히 믿을만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나의 곁을 떠나게 될것이라고 생각하니 견딜수 없을정도로 쓸쓸해졌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외의 친척들 아빠 내 동생
엄마...... 그리고 엄마 또 엄마.....
그러다가 생각의 초점이 타인에게서 내 자신으로 바뀌는 순간 느낌은 달라졌다.
흘려들었던 환생이라던가 귀신이라던가 종교적 사후세계라던가
분명 세상에는 죽음 뒤에 다음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나'이전 전생에 대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설사 내가 다시 타인으로 환생된다고 해도 나였다는 기억은 없을것이다.
그럼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나도 언젠가 반드시 죽겠구나라는 죽음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와닿은 1초의 순간이였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때 개학 마지막날 가족끼리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사고가 났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소리와 충격이 우리가족을 타고 있던 차를 덮쳤다.
정신을 차리자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시던 엄마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게셨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 티비에서만 보던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곧 집근처에 살던 친척분이 나와 내 동생을 집으로 데리고 갔다.
나와 내 동생은 티비를 보면서 그날 저녁과 그 다음날을 보냈다.
이틀후 찾아온 이모에게 나는 엄마가 그날 그 시간에 돌아가셨다는걸 이야기를 들었다.
1초동안 일어날 수 있는일
사람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덮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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